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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인스티즈] '거제 야호'라는 유쾌한 균열…리센느, K-팝 '잃어버린 시간' 복원하나73

SYS 시스템 4시간 전 조회 7 원문보기

'거제 야호'라는 유쾌한 균열…리센느, K-팝 '잃어버린 시간' 복원하나

[K-팝 情景] 리센느, 소셜 미디어서 열풍
탄탄한 A&R이 빚어낸 주체적 '런어웨이'

[서울=뉴시스] 리센느. (사진 =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5.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거제 야호!"

그룹 '리센느(RESCENE)'의 거제 출신 멤버 원이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무심코 던진 이 쾌활한 외침은, 현재 K팝 신(scene)을 둘러싼 거대한 자본의 알고리즘 벽을 틈입하는 중이다.

숏폼 플랫폼을 타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 소박한 밈(Meme)은 중소 기획사 소속 걸그룹으로서는 근래 보기 드문 '유기적 바이럴'의 성공 사례다. 대형 기획사들이 주도하는 촘촘한 마케팅 물량 공세 속에서, 이들의 입소문이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무대 위에서는 청순하고 아련한 미학을 구현하던 소녀들이, 일상에서는 갸루 콘셉트의 친숙하고 무해하며 특별한 친밀감을 발산하며 빚어낸 눈부신 시너지다. 최근 리센느는 거제시 홍보대사로 발탁됐는데, 위촉식 또한 숏폼 콘텐츠를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형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나의 우연한 현상이 시대의 징후가 되기 위해서는 기저에 흐르는 '필연적인 질서'가 필요하다. 리센느의 단발적인 밈이 휘발성 가십으로 증발하지 않고, '러브 어택(LOVE ATTACK)'과 최근작 '런어웨이(Runaway)'의 음원 차트 역주행이라는 실체적 붐(Boom)으로 치환될 수 있었던 동력은 결국 '음악의 본질'에 있다.

[서울=뉴시스] 리센느. (사진 =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5.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휘발되는 시대,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정확한 감각

최근 K-팝 걸그룹의 주된 흐름은 빈틈없이 촘촘하게 쌓아 올린 강렬한 사운드와 전사(戰士)에 가까운 주체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감각을 마비시킬 듯한 맹렬한 비트의 범람 속에서, 대중은 역설적으로 여백과 향수를 갈망해 왔다. 리센느의 등장은 이 지친 청자들에게 '오마이걸(OH MY GIRL)'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잊고 있던 아련한 '향기'를 풍기며 다가왔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통해 과거의 거대한 세계를 통째로 복원해 낸다. 리센느의 음악이 구사하는 작법은 정확히 이 프루스트적 공감각에 닿아 있다. 데뷔 초부터 '향기돌'을 표방하며 곡마다 베리 향(미니 3집 '립 밤')이나 인센스 향(싱글 '런어웨이')을 부여한 것은 단순한 아이돌 콘셉트의 차원을 넘는다. 그것은 소리라는 청각적 기호에 향기라는 후각적 감각을 덧입혀, 듣는 이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기억'을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형태로 건져 올리려는 미학적 시도다.

리센느의 몽환적이고 스산한 멜로디는 삶의 어느 순간 우리가 잃어버린, 혹은 지나쳐버린 서늘한 그리움의 정서를 정밀하게 타격한다.

[서울=뉴시스] 리센느. (사진 =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5.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탄탄한 A&R이 빚어낸, 결코 우연이 아닌 역주행

이러한 미학적 시도가 탁상공론에 머물지 않고 대중의 귀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노래 자체의 탄탄한 퀄리티 덕분이다. '런어웨이'에서 보여준 미래적인 신스 사운드와 서늘한 기타 레이어의 조화, 그리고 '블룸(Bloom)'이 선사하는 상승하는 황홀경은 이 팀이 기반을 삼는 음악이 얼마나 단단한지 증명한다.

바이럴은 찰나의 스파크에 불과하다. 그 불꽃을 지속 가능한 온기로 덥히는 땔감은 결국 음악을 빚어내는 A&R(아티스트 앤 레포토리)의 역량이다. 안정화된 기획력을 바탕으로 곡의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리센느의 행보는, 숏폼의 찰나성에 기대지 않고 음악이라는 영구적인 기록 매체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거제 야호'라는 유쾌한 외침으로 시작된 이들의 상승세는, 결국 자신들만의 주체적인 런웨이(Runaway)를 걷겠다는 단단한 내면의 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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